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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허자 스님칼럼
    언 론 · 방 송 · 공 연 2013. 4. 7. 07:56

    제주 올레길의 전설 서명숙

    [광주매일신문 3월 26일 칼럼]


    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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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날짜 : 2013. 03.26. 00:00

     
     
    그러니까 그것이 그랬다. 과연 세상에는 ‘괜찮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나는 항상 그것이 궁금했다. 내가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리 썩 위대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들이다. 다만 인간적으로 기쁘고 슬플 때 스스럼없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좀 사람냄새가 나면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그런 사람, 거기에다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린다면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즐길 줄 안다면 더 없이 좋겠다.

    나는 언제부턴가 그런 사람들을 한 1천명 정도 만나서 그 사람들의 살아온 인생여정과 삶의 애환과 그들의 깨우침과 그들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그 무언가 외침을 글로 그려내는 ‘천불록(千佛錄)’을 쓰고 싶었다. 그야말로 이 시대의 살아있는 생불(生佛)에 대해서 그 기록을 생생하게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마 그동안도 내 글 숲을 들여다보면 몇 명쯤은 등장하리라고 본다.

    그러다 엊그제 괜찮은 사람을 제주에서 또 만났다. 그 사람의 이름은 서명숙. 나이는 곧 육십을 바라보는 아직은 지천명(知天命), 제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19세에 서울로 꽤 좋은 대학에 입학해 졸업은 했으나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다가 소위 긴급조치 9호로 걸려들어 수개월 동안 옥고를 치르고 나온 덕분에 그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자 잡지사 기자로 뛰어들어 상당한 세월을 언론매체에 근무하다가 편집장에서 모든 걸 접고 뜬금없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트레킹을 자원해 36일 동안을 걸었다고 한다.

    사람은 살다보면 언제 어느 때 그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붙잡는 경우가 더러 있는 법이다. 서명숙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는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여러 나라 사람들과 친교를 맺게 되고 대화를 하게 되었던 듯, 사실 그는 누가 봐도 썩 붙임성이 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워낙 산티아고 여정이 호락호락 하지는 않았던 까닭으로 이런 저런 사람들과도 얘기를 나누게 되고 그들의 말에 자연 귀를 기울이게 되었을 듯 싶다. 아쉬우면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기 마련이니까.

    그는 걷고 걸으면서 자신의 고향 제주도를 떠올리며 내가 이 여정을 마치고 나면 반드시 제주도를 찾아가 내 고향에 이렇게 힐링을 위한 길을 만들어 우리 한국의 ‘트레킹코스’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더란다. 과연 그는 역시 프로답게 계획을 실천으로 옮겼으며 결국 그의 예상은 적중한 셈이 되었다. 이제 누가 뭐라 해도 제주 올레길은 한국의 훌륭한 관광상품이 되었으며 세계 몇 안되는 ‘트레킹로드’로 그 위상을 만들어 가고 있고 현재 국내는 물론이요 일본에까지 올레를 수출, 일본의 큐슈 올레길이 탄생되기에 이르렀다.

    올레이사장 서명숙은 말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도 제 말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냉소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자체에서도 그 일보다 더 시급한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한 마디로 거절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해야만 했습니다. 반드시 언젠가는 이 올레길이 제주도를 크게 알리고 세계적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버릴 수가 없었지요.”

    바로 이런 그의 태도와 그의 도전정신, 이것이 필자가 찾는 ‘괜찮은 사람들’의 전형적 모델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꽤 많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물론이요 이제 갓 육십을 전후한 사람들이 정년을 했거나 명퇴를 하고 하릴없이 허송세월로 무위도식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정말 아까운 인재들이 너무 많다. 더구나 요즘은 100세시대의 초고령화로 우리 사회가 급변하고 있지 아니한가 말이다.

    사람이 모이면 뜻이 모여지고 뜻있는 곳에는 올레길이 있으며 올레를 걷다보면 또 다른 자신의 삶이 펼쳐진다는 인생의 위대한 발견을 나는 제주에서 보았다.

    부처님도 바로 하늘과 땅,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우리나라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토끼나 호랑이 같은 짐승의 모습이 아니라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라는 것도 찾아냈다.

    그 횃불의 가장 윗자리에 우리나라 4천여 개의 섬들 가운데 가장 맏형 격으로 버티고 있는 큰 섬, 면적은 수도 서울의 3배나 되지만 인구는 아직 60만명에 불과한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제주도가 바로 우리의 미래요 보물섬이다.

    나는 감히 제주에서 배출한 세 여걸이 있다면 거상(巨商) 김만덕과 탤런트 고두심과 올레길의 창안자 서명숙을 들고 싶다. 그는 누구처럼 금의환향(錦衣還鄕)을 한 것이 아니라 환향금의(還鄕錦衣)를 한 것이다. 나는 3코스의 끝점인 표선 백사장에서 모래위에 그에게 아호(雅號)를 지어 선물하였다. 그의 아호는 오똑할 올(兀)에 짝 려(侶)를 써서 올레길과 짝이라는 의미를 담아 올려( 兀侶)라고 해주었는데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놀멍, 쉴멍, 걸을멍…, 이제 서명숙이야말로 이렇게 살다갈 수 있도록 우리가 배려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서명숙은 그동안 최선을 다했으며 그가 할 만큼은 다 했다고 본다. 이제 곁에서 구경만 했던 우리들이 나서줘야 할 때이다. 이제 나비의 날개 짓은 우리의 몫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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